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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2/27] 겨울
선자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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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선자령▲ 26일에 원주에 아는 사람이 개업을 해서 다녀오면서 야밤에 쏟아져 내리는 눈발을 보고 이거 이러다 낼 선자령산행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내심 걱정이 되었었다. 종각을 출발한 버스가 대관령으로 향해 가는동안 내내 난 잠에 취 해서 헤매었다. 평소에 부족해진 잠을 산행으로 보충하는 것이 이 런 것이 아닐까? 대관령 휴게소를 지나서 구비구비 고갯길을 내려가니 초막교에서 버스가 멈춘다. 예전에 대관령 구비가 아흔아홉개라고 했던가? 곶감 1접(실제로는 110개인데 100개로 간주한 듯)을 머리위에 이고 친정 나드리 가는 새색시가 너무 힘들어서 가면서 한 구비마다 곶감 하나를 먹으니 구비가 끝났을 땐 딱 하나의 곶감이 남더라나. 초막교 건너편엔 직선 고속도로 공사 중인 듯 하늘을 찌를듯이 높 다란 기둥뿌리들이 늘어서 있다. 눈이 많을 것이란 생각은 온데간 데 없이 초기의 얼음판 한 두군데를 제외하곤 먼지 폴~폴나는 오 르막을 한 발 두 발 내디뎠다. 크게 빙판길은 아니더라도 내려오는 것은 꽤나 조심스러이 내려와 야 할 것 같았다. 급경사라서 잘못하면 아주 빨리 하산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젠가 찾았던 제왕산 생각이 났다. 대관령 휴게소에 차를 주차시 켜두고 오르는 산행이 아니라 내려가는 산행을 했었던 기억이 났다. 그땐 정말 눈이 엄청 났었지. 옆으로 발을 잘 못 옮기면 머리까지 눈속으로 파묻혀 버리는 그런 눈산행이었었지. 제법 가빠오는 숨결을 느끼면서 능선에 오르니 탁트인 좌우가 시원 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한 듯한 산행객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선자령 정상 가까이에 다다르니 빙판과 옆에 쌓인 눈이 시야에 찬다. 내려오긴 미끄러워 보여도 오르기는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아 이젠을 하지는 않았다. 선자령에 다다르니 맨땅은 보이질 않고 온 통 설국이다. 키작은 나무들이 눈아래로 들어온다. 여기까지 약 2 시간 20분 가량이 소요된 듯하다. 선자령 근처에서 조장님의 엄명에 따라서 각자 준비해온 준비물들 을 풀어놓고, 맛있게 점심 식사를 했다.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먹기에 정신이 팔렸던 것은 준비해온 삼겹살과 김치전 이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관령휴게소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엄청난 바람과 싸워야 했다. 이런 곳에 평지가 있을까 할 정도로 넓은 초원 위를 걸어 가면서 옷깃을 여미고 날려 갈새라 바람을 등지면서 발을 옮기는 것, 바람을 막을새라 손으로 가로막으니 갑자기 숨이 가빠져 온다. 손바닥을 타고 코를 강타하는 그 역풍으로 견딜 수가 없다. 바람의 세차기가 태백산 정상의 바람, 겨울 한라산 정상에서의 추웠 던 바람, 소백산에서의 능선을 오를 때의 바람과 견줄만 하단 느낌이 들었다. 겨우내 바람에 시달린 듯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등이 굽어져서도 굳굳하게 삶을 확인이라도 하듯 서있다. 그래 등이 굽고 꼬부라지고 채이고 상처가 나도 살아남아서 따듯한 봄햇살을 볼 때 그때까지 견뎌내야지.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하니 많은 차량과 인파들이다. 하산길은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되었나 보다. 고유 토속찻집에 들려서 따뜻한 공기를 접하고 맛있는 차 한잔을 나누니 산행이 이제 끝났는가 보다. 적설량이 적어서 좀 섭섭하긴 한 산행이었지만 겨울산행으로 차가운 강풍을 맞아보는 산행도 좋은 경험이리라. 버스에서 또 눈을 붙이고 평소의 모자란 잠을 보충해야지~~~ 버스 산행은 이래서 좋아... 2000.02.27 선자령 산행후기 [다올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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