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북정맥(제03,04구간) 산행후기 | ||||||||||||||||||||||||||||||||||
⊙산행테마: 한북정맥 ⊙산 행 지: 한북정맥 제3,4구간 ⊙소 재 지: 경기 포천군 이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가평군 북면 ⊙날 짜: 2003.08.21(목) ⊙모임장소: 지하철 4호선 수유역 1번출구 바깥 8/21(목) 05:40 ⊙산행코스: 광덕고개-백운산(904.4m)-도마치봉(937m)-신로봉(999m)-국망봉(1168.1m)-무주치폭포-폭포입구-용수목 ♣상세일정
☞ 지도를 보실려면 아래 링크를 마우스로 클릭하시면 됩니다.
● 산행후기 한북정맥은 우리가 그동안 지리책에서 배웠던 광주산맥을 가리킨다. 경기도의 최고봉은 화악산(경기도가평군북면.1천4백68m). 그러나 한북정맥의 지붕은 국망봉(경기도포천군이동면.1천1백68m) 이다. 이번에 가고자 하는 한북정맥 제3,4구간은 후삼국의 초기 궁예에 얽힌 전설들을 간직한 곳들이 많습니다. 무의미하게 산행만 하는 것보다는 얽힌 전설들을 되새기며 산행을 하면 더 좋은 산행이 될 것이다. 즐거운 날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마음일까 새벽4시께에 잠을 청하고 5시에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기 싫은 잠자리를 억지로 일어나 장비를 준비하고 우유 한 컵 마시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려 수유리 시외버스정류장에 5:41께 도착하니 벌써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각자 자기가 갈 방향으로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수유리에서 처음 타보는 도평리행 버스라 졸려서 자면 좋겠건만 어디어디 정차를 하는지 기록하기 위해서 눈에다 손가락으로 탱주를 주고 기록하다보니 종점 바로 앞정거장인 이동 갈비촌 정류장에 도착하여 하차했다. 이른 아침에 차를 타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직장에 가기 위해서 또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 타는 시골 학생들, 가끔 산행을 하기 위해서 타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동 쯤에 와서 이동에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예정시각보다 늦은 8:13분이 되어서야 사창리행 버스가 도착한다. 산행예정 출발시각보다 30여분쯤이 늦을 모양이다. 꼬불꼬불 캬라멜 고개를 힘들게 오른 버스가 원래 정류장이 아닌 광덕고개 휴게소에서 내려준다. 오늘 산행이 좋을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고개 근처는 물론이고 오늘 산행할 능선으로는 온통 운무로 휩싸여서 주변 경관을 볼 수가 없다.
입장료를 받은 산이라서 그런지 산행로 폭이 예전보다 훨씬 크게 조성되어 있다. 오늘 먼저 간 산행인 발자국일까? 희미하게 비내린 오름길에 자국을 남긴 것이 보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오래된 발자국이란 것을 증명 시켜 주듯이 산행로를 가로지른 거미 철조망이 수없이 앞을 가로막는다.
천여년전에 백운사라는 절이 있어서 백운산이 되었다는 산으로 불교적인 山名이다. 지금은 흥룡사란 절이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고, 계곡이 깨끗하고 맑으며 청정지역으로 이름난 산과 계곡으로 여름철이면 많은 이들이 피서지로 찾는 곳이다. 휴식을 취한 후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처음 밟는 비밀의 도마치봉행 산행로의 문을 열었다. 백운산에서 도마치봉까지 가는 길도 능선을 따라가다보니 운무에 싸인 모습들이 여늬 산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저 편안한 삼림욕 산행로이다. 주변 경관은 역시 운무 때문에 볼 수가 없다. 산행은 여름철을 피하고 다른 계절에 해야 눈이 더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몇 개를 넘으니 삼각봉을 지나고 도마치봉에 도착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이렇게 내리치다보면 또 그만큼 더 올라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1~2분께 급하게 내려서다보니 산행로를 따라 계곡처럼 물이 흘러 내린다. 혹시 등산화가 젖을까봐 조심조심 내려서다가 아차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 내리막길에 석관터(약수터)가 있다고 했는데, 물이 흘러 내린 곳에 분명 석관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뒤돌아 약수터를 찾아서 올라간다. 힘겹게 물길이 시작하는 곳으로 올라보았으나 약수터를 발견할 수가 없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텐데...
혹시 숨어 있을지도 모를 적(독사)을 만나게 될까봐 긴장을 하면서 스틱으로 비바람에 이리저리 누어 버린 잡초와 가시덤불들을 헤치면서 나아가자니 팔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등산화는 이미 물에 빠진 생쥐꼴로 질퍽거리며 삐약삐약 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얼굴이며 상체며 온통 젖어 버렸다. 기나긴 잡풀과 가시덤불과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으로 심신이 피로하여 참 혼자서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혹시 적에게 물리기라도 한다면??? 이런 생각에 더욱더 긴장이 되어 온다. 가끔씩은 운무가 끼었다가 따가운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 햇살이 내리비칠 때 이런 때가 더 조심해야할 순간이다.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서 독사란 놈이 따뜻한 곳에 또아리를 틀고 몸을 말리고 있기 쉽상이니까.
잡풀과의 전쟁을 치루다보니 어느새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고 신로봉이 지척에 보이는 세 번째 헬기장에 당도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출발 하면서 우측 언저리 낮은 나무에 리본이 하나 달렸길래 나도 리본을 하나 달기 위해서 길 고랑에서 언덕배기로 발을 딛고 올라서서 나무에 손을 내미는 순간 깜짝 놀래 버렸다. 손에서 20cm 정도 위치에 살모사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놀랐는지... 그 놈도 놀랐는지 슬금슬금 또아리를 풀면서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풀을 헤치며 가는 길이 점점 더 느려져 버렸다. 어떤 놈이 또 산행로에 숨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 멀리로 그래도 지척으로 봉우리 한켠 높이에 소나무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곳이 보인다. 신로봉이다.
신로봉에 오를 쯤에는 따사롭던 햇빛도 수그러 들어서 다시금 약간의 운무로 바뀌고 있다. 예정시간보다 30여분이 더 걸렸다. 많이 늦어진 시간이다. 오후 1시가 되었으니 원래는 국망봉에서 점심을 먹을려고 했으나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되겠다. 질퍽거리는 등산화를 벗고 물이 빠지게끔 비스듬히 세워 놓고 물에 빠진 생쥐꼴의 양말을 쥐어짜니 물 한컵 정도의 물이 빠진다. 정상주를 어찌 빼 먹을 수 있겠는가? 낭군님 혼자서 산에 잘 다녀 오라고 새벽 다섯시도 되기전에 일어나 싸준 김밥을 하나 먹고 있는데 시계 역할은 잘하는 핸드폰에서 삐~빅 소리가 난다.
그런 생각도 잠시만에 빗 방울이 한 두 방울 얼굴을 때린다. 큰일이다. 재빨리 배낭을 다시 꾸리고 등산화를 신고 비옷을 꺼집어 내어 입고 배낭커버를 씌우는 사이에 소나기가 내리 퍼 붓는다. 온통 천지가 먹구름으로 휩싸이더니 어두워져 버린다. 또 물에 빠진 생쥐꼴... 몇 분만에 비바람 전쟁은 끝나고 국망봉 근처로 보이는 하이얀 운무들이 아름답게 피어올라 사라져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국망봉으로 출발. 신로봉에서 내려오는 길도 가파르다. 몇 분이 지났을까. 2003년 음력 초하루 설날에 일가족이 조난 당하여 사망사고가 있었던 곳이란 입간판이 있는 곳에 당도했다. 뱀이 있을까봐 연신 스틱으로 풀밭을 두드리며 좌우로 치우는 전쟁을 하면서이다. 바로 우측으로 장암저수지로 하산길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고를 당해서 낭패를 보았단 말인가? 비를 뿌리고 난 다음이라서 인지 조금 물을 뺀 등산화 속이 다시 도로아미타불로 물바다로 변해 버리고 상체며 얼굴 할 것 없이 온몸이 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버렸다. 햇빛이 비췄다가 사라지고 다시 비치고, 오르고 또 오르고 그렇게 길 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 1102봉 헬기장에 도착했다. 어디선가 포병들이 포사격엽습을 하는가 보다. 쿵~ 콰광~~~ 아마도 장군산일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아직도 더 가야만 국망봉이다. 국망봉으로 10여분 남겨두고 앞 쪽 봉우리쪽으로부터 인기척이 들린다. 잠시후 국망봉 산행을 하는 6명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 오늘 처음으로 산행인을 만나는 것이다. 조금 오르니 대망의 헬기장으로 구성된 국망봉 정상이다.
국망봉 산행은 여름철보다는 겨울철 산행이 제격인 산행처이다. 쉬면서 개이빨산과 민둥산에서 마실 정상주 쬐끔을 제외하고는 한북정맥의 지붕인 이곳에서 크게 한 잔 부어서 자축. 다시 등산화를 벗어서 말리면서 양말을 쥐어짜니 역시 무지하게 많은 물들이 샘처럼 나온다. 주변은 운무에 휘몰리어 보이질 않는다. 주변 경관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터이다. 날씨가 좋으면 여러 곳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이제는 봉우리 두 개가 남았는데, 금새 다다를 곳이다. 쉬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등산화 벗고 양말을 쥐어짜면 비가 내린다. 그 쥐어짠 물이 다시 빗방울이 되는 것일까? 비를 맞으며 출발하니 조금 덜한 듯 하더니 5분여께 진행하니 저 앞쪽으로부터 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려퍼진다.
처음 만난 세갈래길 좌로 내려가는 길,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 직진으로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 우측으로 내려 섰다가 다시 돌아와 능선길을 택했다. 우회로보다는 능선길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나 이 선택이 나를 머나먼 나락의 길로 인도한 선택이 될 줄이야. 능선을 내려서고 너무 급한 내리막길이다. 이상하다. 1130봉인 용수목 갈림길이 나와야 하는데 이렇게 가파르게 내려가는 것은 아닐 것인데, 주변 능선이 보여야 맞는 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겠건만 주변을 볼 수 있어야지! 꽤나 내려 섰는데도 그 곳이 나타나질 않는다. 비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내려 쏟고 있고 지도도 젖어서 볼 수가 없다. 분명 길을 잘 못 택한 것이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빗속을 뚫고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산행로는 산행로가 아니라 계곡이 되어 버렸다. 이미 잘못 선택한 길이지만 하산 하는 끝지점이 어디일까? 그렇게 보이던 한북정맥종주 빨간 리본도 보이질 않고, 가끔 오래된 몇 개의 리본들이 보일 뿐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내려온 것일까? 시간을 볼 수가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보이질 않을 때는 시간이 많이 흐른 것으로 착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폭포치듯 물소리가 계곡 아래쪽으로부터 들려온다. 으슴프레 가까운 계곡 너머로 웅장하고 급한 산세의 모습이 어둡고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화악산일까? 계곡 가까이 다다르니 무주치계곡 730m라는 팻말이 보인다. 여기가 어딜까? 물이 많아진 계곡을 옷입은 그대로 건너고 울타리 철조망을 도둑 넘듯이 넘으니 아스팔트 포장도로이다. 도마치봉, 사창리로 가는 75번 국도이다. 큰일이다. 끄둔 핸드폰을 켜어봐도 켜지질 않는다. 시간을 알 수가 없고 집에 갈 일이 꿈만 같다. 평일이라 지나가는 차도 보이질 않는다. 터벅터벅 길을 따라 가평쪽으로 한참을 걷다보니 가평 33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도로공사를 위해서 나무판자들을 쌓아 놓은 곳에서 옷을 벗어서 물기 짜내고 대충 정리를 한 후에 보니 하늘이 맑아오고 내려온 길 산자락은 햇빛에 뽀송뽀송 빛나 보인다. 저런 걸 왜그리도 비는 쏟아 부었는지... 터벅터벅 한참을 걷다가 지나가는 차량이 있으면 손을 들고 태워 달라고 해야하는 데, 몇 대 지나치는 차는 군용차량으로 꽉찬 상태고, 승용차 몇 대도 비어있는 자리가 없는 듯하다. 하긴 물에 젖은 상태로 차를 태워 달래기도 민망할 것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몇몇 건물이 보인다. 버스종점이 조금만 가면 있다는 말에 힘을 얻고 500여미터 더 걸으니 용수리 버스종점이 나타났다.
오늘 산행을 못한 ▲개이빨산(견치봉) ▲민드기봉(민둥산) ▲강씨봉 ▲청계산 산행을 위해서 조만간 또와야 할 것 같다. ♣ 느낀점
[] |
'한북정맥후기(2차 진행중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북정맥 제 05구간] 강씨봉-청계산-길매봉 산행후기 (0) | 2006.06.12 |
---|---|
[한북정맥 제 04구간] 국망봉-개이빨산-민드기봉 산행후기 (0) | 2006.06.12 |
[한북정맥 제 02구간] 하오고개-회목봉-광덕산 산행후기 (0) | 2006.06.12 |
[한북정맥 제 01구간] 수피령-복주산-하오고개 산행후기 (0) | 2006.06.12 |
[한북정맥] 8지맥 구간거리 및 방위각 (0) | 200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