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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후기(2차 진행중단)

[한북정맥 제 03구간] 백운산-도마치봉-신로령-국망봉구간 산행후기

by 고산마루(다올) 200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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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제03,04구간) 산행후기

⊙산행테마: 한북정맥

⊙산 행 지: 한북정맥 제3,4구간

⊙소 재 지: 경기 포천군 이동,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가평군 북면

⊙날     짜: 2003.08.21(목)

⊙모임장소: 지하철 4호선 수유역 1번출구 바깥 8/21(목) 05:40

⊙산행코스: 광덕고개-백운산(904.4m)-도마치봉(937m)-신로봉(999m)-국망봉(1168.1m)-무주치폭포-폭포입구-용수목

♣상세일정

  • 05:00 깨워서 일어남
  • 05:25 집에서 출발
  • 05:30 127번 버스 탑승
  • 05:41 수유역 4번출구 수유리 시외버스정류장
  • 05:55 도평리행 첫버스 도착
  • 06:00 수유리 시외버스 정류장 출발(이동까지 5,300원)
  • (6:16도봉산역,6:23풍림apt,6:28의정부시외버스터미날,6:41축석고개, 6:50송우리,7:05포천,7:12신북,7:16만세교,지현리,7:23길명리,기산삼거리,7:27일동,7:37낭유리,7:42이동)
  • 07:42 이동 하차
  • 08:13 사창리행 첫버스 승차(1,100원, 실제로는 8:10차로 되어 있음)
  • 08:29 광덕고개(휴게소) 하차
  • 08:35 산행시작(매표소 입장료 1,000원)
  • 08:44 첫봉우리
  • 09:16 762봉
  • 09:32 860봉(광덕고개 2.5km, 백운산 0.5km)
  • 09:49 백운산(904.4m ,광덕고개 3km, gmdfydtk 3.8km, 삼각봉 1km)
  • 10:02 휴식후 출발
  • 10:21 삼각봉(백운산 1km,도마치봉 1km)
  • 10:40 도마치봉(937m 백운산 2km, 흥룡봉 2.5km)
  • 10:55 휴식후 출발
  • 11:02 약수터(석간터, 도마치봉에서 약2~3분이면 당도하는 곳)
  • 11:20 헬기장1
  • 11:55 823.3봉 삼각점
  • 12:32 헬기장2
  • 12:47 헬기장3
  • 13:05 신로봉(999m)
  • 13:35 식사후 출발
  • 13:41 신로령 사고지점 입간판
  • 14:40 1102봉
  • 14:58 국망봉(1168.1m)
  • 15:20 휴식후 출발
  • 15:34 국망봉 표지기
  • 16:25 무주치폭포로 하산 폭포입구 75번 일반국도
  • 17:30 용수리 버스종점
  • 17:55 가평행 버스 막차 출발
  • 18:42 가평 시외버스정류장 하차

☞ 지도를 보실려면 아래 링크를 마우스로 클릭하시면 됩니다.

●등산지도(광덕산)

●등산지도(백운산)

●등산지도(국망봉)

●등산지도(청계산.포천)

 

● 산행후기

  한북정맥은 우리가 그동안 지리책에서 배웠던 광주산맥을 가리킨다. 경기도의 최고봉은 화악산(경기도가평군북면.1천4백68m). 그러나 한북정맥의 지붕은 국망봉(경기도포천군이동면.1천1백68m) 이다.

 이번에 가고자 하는 한북정맥 제3,4구간은 후삼국의 초기 궁예에 얽힌 전설들을 간직한 곳들이 많습니다. 무의미하게 산행만 하는 것보다는 얽힌 전설들을 되새기며 산행을 하면 더 좋은 산행이 될 것이다.

 즐거운 날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마음일까 새벽4시께에 잠을 청하고 5시에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기 싫은 잠자리를 억지로 일어나 장비를 준비하고 우유 한 컵 마시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려 수유리 시외버스정류장에 5:41께 도착하니 벌써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각자 자기가 갈 방향으로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수유리 시외버스정류장 도평리행 버스

 먼저 신철원, 문혜리쪽으로 가는 버스가 당도하더니 5:45분에 출발한다. 운천 ,동송,관인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고, 30분 간격으로 도평리까지 가는 내가 기다리는 버스도 도착해서 라디오에서 6시정각 시보가 울리자 출발을 한다.

 

 수유리에서 처음 타보는 도평리행 버스라 졸려서 자면 좋겠건만 어디어디 정차를 하는지 기록하기 위해서 눈에다 손가락으로 탱주를 주고 기록하다보니 종점 바로 앞정거장인 이동 갈비촌 정류장에 도착하여 하차했다.

 이른 아침에 차를 타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직장에 가기 위해서 또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 타는 시골 학생들, 가끔 산행을 하기 위해서 타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동 쯤에 와서 이동에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이동 갈비촌

이동의 거리 장면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여느 곳의 아침처럼 싱그럽고 활기차다. 길 건너편에 있는 매표소로 들어가 우유 하나와 차표를 사면서 광덕고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8:10 사창리행 차가 첫 차란다. 약 30분을 더 기다려야 차를 탈 수가 있다.

 

이동에서 바라본 박달봉쪽 전경

주변거리를 촬영하고 광덕산에서 흘러내린 박달봉쪽을 바라보니 산이 온통 운무에 휩싸여 있다. 혹시 다음에 가리산, 신로봉, 국망봉, 개이빨산 산행때에이용하게 될지도 몰라 주차되어 있는 택시 기사에게 요금을 물어보니 국망봉,개이빨산 들머리인 생수공장까지는 4,000원 광덕고개까지는 12,000원을 받는단다. 서울과 달리 시골 기본료가 2,300원이란다.

 예정시각보다 늦은 8:13분이 되어서야 사창리행 버스가 도착한다. 산행예정 출발시각보다 30여분쯤이 늦을 모양이다. 꼬불꼬불 캬라멜 고개를 힘들게 오른 버스가 원래 정류장이 아닌 광덕고개 휴게소에서 내려준다. 오늘 산행이 좋을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고개 근처는 물론이고 오늘 산행할 능선으로는 온통 운무로 휩싸여서 주변 경관을 볼 수가 없다.

백운산 등산로입구(광덕고개 휴게소)

전에 없던 휴게소 안쪽 끝자락에서 시작하는 등산로 철계단을 올라서니 매표소가 눈에 띈다. 지킴이 하시는 분이 벌써 와 있고 아침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이른 평일 아침에 누가 산행을 할 것이라고 이렇게 일찍 출근했을고? 입장료 1,000원을 흔쾌히 내고 오르막길을 올라서니 땅방울이 운무와 함께 뒤섞인다.

 입장료를 받은 산이라서 그런지 산행로 폭이 예전보다 훨씬 크게 조성되어 있다. 오늘 먼저 간 산행인 발자국일까? 희미하게 비내린 오름길에 자국을 남긴 것이 보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오래된 발자국이란 것을 증명 시켜 주듯이 산행로를 가로지른 거미 철조망이 수없이 앞을 가로막는다.

운무낀 등산로

운무낀 산행로로 수없이 작은 봉우리를 넘고 또 넘으니 주변 경관은 볼 것 없이 마냥 앞을 보고 걷는 삼림욕 산행으로 백운봉에 도착했다. 예정시간 2분이 초과한 소요시간이다. 주변 경관 사진 촬영등을 하다보니 더 걸리는 것은 당연지사.

 

백운산 정상

▲백운산 백운산 정상에서도 역시 보이는 경관은 주변 뿐이고 헬기장으로만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날씨가 쾌청할 때는 많은 조망들을 할 수 있을 터인데, 오늘은 지나감 만으로 족해야만 되겠다. 정상을 밟았으니 혼자서라도 정상주 한 잔을 곁드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여년전에 백운사라는 절이 있어서 백운산이 되었다는 산으로 불교적인 山名이다. 지금은 흥룡사란 절이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고, 계곡이 깨끗하고 맑으며 청정지역으로 이름난 산과 계곡으로 여름철이면 많은 이들이 피서지로 찾는 곳이다. 휴식을 취한 후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처음 밟는 비밀의 도마치봉행 산행로의 문을 열었다.

 백운산에서 도마치봉까지 가는 길도 능선을 따라가다보니 운무에 싸인 모습들이 여늬 산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저 편안한 삼림욕 산행로이다. 주변 경관은 역시 운무 때문에 볼 수가 없다. 산행은 여름철을 피하고 다른 계절에 해야 눈이 더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몇 개를 넘으니 삼각봉을 지나고 도마치봉에 도착한다.

도마치봉

▲도마치봉 궁예가 명성산(관음산)에서 왕건과 싸우다가 패한 곳이라 하여 파주골(패주골)이란 지명을 남기고, 도망을 가다 이곳에 이르러 산세가 너무 험하여 말에서 내려 걸었다고하여 '도마치'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는 곳이다. 아마 흥룡사께로 해서 흘룡봉으로 올라 왔기에 그렇게 느껴졌을까? 여기도 역시 헬기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누가 흥룡봉으로 가는 이정표 팻말을 뒤집어 놓았을까? 정상주 한 잔 즐기고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신로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멀리서본 도마치봉 능선

 멀리서 본 도마치봉 능선

 처음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이렇게 내리치다보면 또 그만큼 더 올라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1~2분께 급하게 내려서다보니 산행로를 따라 계곡처럼 물이 흘러 내린다. 혹시 등산화가 젖을까봐 조심조심 내려서다가 아차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 내리막길에 석관터(약수터)가 있다고 했는데, 물이 흘러 내린 곳에 분명 석관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뒤돌아 약수터를 찾아서 올라간다. 힘겹게 물길이 시작하는 곳으로 올라보았으나 약수터를 발견할 수가 없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텐데...

석관터 약수터

약수터 찾기를 포기하고 다시 아래로 발길을 옮기고 되돌아 섰던 곳에서 머지 않은 곳 오른편에서 약수터를 발견했다. 바위틈새에 호스를 꼽아 놓았는데 그곳에서 적지 않은 물이 줄줄 흘러 내린다. 가물 때에도 멈추지 않고 물을 얻을 수 있다는 곳이다. 광덕재에서 도성고개까지 가는 중에는 이 곳외에는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필히 물을 확보해야 하는 곳이다. 물 맛도 제법이다. 돌에서 나오는 약수라 석관수라고 하는 모양이다.

 

  여름철에 도마치봉에서 신로봉까지 가는 길은 약 두어시간 잡풀과의 전쟁을 해야한다는 산행후기를 접했는지라 궁금했는데, 첫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그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폭이 10여미터가 넘게 능선으로 방화로를 한답시고 나무를 베어낸 곳으로 이름모를 잡풀들이 내 키를 훌쩍넘게들 자라서 아예 등산로가 묻혀서 보이질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혹시 숨어 있을지도 모를 적(독사)을 만나게 될까봐 긴장을 하면서 스틱으로 비바람에 이리저리 누어 버린 잡초와 가시덤불들을 헤치면서 나아가자니 팔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등산화는 이미 물에 빠진 생쥐꼴로 질퍽거리며 삐약삐약 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얼굴이며 상체며 온통 젖어 버렸다.

 기나긴 잡풀과 가시덤불과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으로 심신이 피로하여 참 혼자서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혹시 적에게 물리기라도 한다면??? 이런 생각에 더욱더 긴장이 되어 온다. 가끔씩은 운무가 끼었다가 따가운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 햇살이 내리비칠 때 이런 때가 더 조심해야할 순간이다.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서 독사란 놈이 따뜻한 곳에 또아리를 틀고 몸을 말리고 있기 쉽상이니까.

 823.3봉(삼각점)

 풀도 참 크게 자라기도 했다. 가끔은 키가 작은 곳도 잠시잠시 있지만 대게는 지나치는 내 얼굴을 사정없이 할퀴어 버린다. 좌로우로 잡초들을 제치며 길을 따라 823.3봉인 삼각점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공터다. 산행로는 잘 나 있건만 풀 때문에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걸린다. 앞으로도 신로봉까지 한참을 더 전쟁을 치뤄야만 도착할 것 같다.

 잡풀과의 전쟁을 치루다보니 어느새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고 신로봉이 지척에 보이는 세 번째 헬기장에 당도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출발 하면서 우측 언저리 낮은 나무에 리본이 하나 달렸길래 나도 리본을 하나 달기 위해서 길 고랑에서 언덕배기로 발을 딛고 올라서서 나무에 손을 내미는 순간 깜짝 놀래 버렸다.

 손에서 20cm 정도 위치에 살모사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놀랐는지... 그 놈도 놀랐는지 슬금슬금 또아리를 풀면서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풀을 헤치며 가는 길이 점점 더 느려져 버렸다. 어떤 놈이 또 산행로에 숨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 멀리로 그래도 지척으로 봉우리 한켠 높이에 소나무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곳이 보인다. 신로봉이다.

신로봉 소나무

▲신로봉 칼날 같은 능선에 좌우가 절벽이고 남쪽으로 국망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며, 낙타등처럼 생긴 봉우리를 오르내리다가 작은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바위봉우리에 당도하는데 이곳이 신로봉이다.

 

 

 신로봉에 오를 쯤에는 따사롭던 햇빛도 수그러 들어서 다시금 약간의 운무로 바뀌고 있다. 예정시간보다 30여분이 더 걸렸다. 많이 늦어진 시간이다. 오후 1시가 되었으니 원래는 국망봉에서 점심을 먹을려고 했으나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되겠다.

 질퍽거리는 등산화를 벗고 물이 빠지게끔 비스듬히 세워 놓고 물에 빠진 생쥐꼴의 양말을 쥐어짜니 물 한컵 정도의 물이 빠진다. 정상주를 어찌 빼 먹을 수 있겠는가? 낭군님 혼자서 산에 잘 다녀 오라고 새벽 다섯시도 되기전에 일어나 싸준 김밥을 하나 먹고 있는데 시계 역할은 잘하는 핸드폰에서 삐~빅 소리가 난다.

신로봉에서 본 먹구름

 메시지가 온 모양이다. 농협에 같이 근무하던 현재 산마루에 가입하고서 가입인사도 올리지 않고 있는 영계 아가씨로부터 안부 메시지가 들어왔다. 신로봉께에서 시작한 절벽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김밥을 먹고 있는데, 이동 근처 위로 먹구름이 몰려 오는 것이 보인다. 저것이 비를 뿌리는 구름일까 아닐까?

 

 그런 생각도 잠시만에 빗 방울이 한 두 방울 얼굴을 때린다. 큰일이다. 재빨리 배낭을 다시 꾸리고 등산화를 신고 비옷을 꺼집어 내어 입고 배낭커버를 씌우는 사이에 소나기가 내리 퍼 붓는다. 온통 천지가 먹구름으로 휩싸이더니 어두워져 버린다. 또 물에 빠진 생쥐꼴... 몇 분만에 비바람 전쟁은 끝나고 국망봉 근처로 보이는 하이얀 운무들이 아름답게 피어올라 사라져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먹구름 지난 뒤의 신로령 운무

신로봉 전경

 국망봉으로 출발. 신로봉에서 내려오는 길도 가파르다. 몇 분이 지났을까. 2003년 음력 초하루 설날에 일가족이 조난 당하여 사망사고가 있었던 곳이란 입간판이 있는 곳에 당도했다. 뱀이 있을까봐 연신 스틱으로 풀밭을 두드리며 좌우로 치우는 전쟁을 하면서이다. 바로 우측으로 장암저수지로 하산길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고를 당해서 낭패를 보았단 말인가?

 비를 뿌리고 난 다음이라서 인지 조금 물을 뺀 등산화 속이 다시 도로아미타불로 물바다로 변해 버리고 상체며 얼굴 할 것 없이 온몸이 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버렸다. 햇빛이 비췄다가 사라지고 다시 비치고, 오르고 또 오르고 그렇게 길 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 1102봉 헬기장에 도착했다. 어디선가 포병들이 포사격엽습을 하는가 보다. 쿵~ 콰광~~~ 아마도 장군산일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아직도 더 가야만 국망봉이다. 국망봉으로 10여분 남겨두고 앞 쪽 봉우리쪽으로부터 인기척이 들린다. 잠시후 국망봉 산행을 하는 6명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 오늘 처음으로 산행인을 만나는 것이다. 조금 오르니 대망의 헬기장으로 구성된 국망봉 정상이다.

국망봉

▲국망봉 옛이름은 망국산이었다고 하며, 철원에 도읍을 정한 궁예의 폭정을 보다못한 부인 강씨가 직간(直諫)을 올렸으나 궁예는 오히려 부인을 강씨봉으로 귀양보냈다. 나라가 망하자 궁예는 강씨봉을 찾았으나 이미 부인은 죽고 없었다. 국망봉 정상에서 도성인 철원을 바라보고 통곡한 궁예는 그 후 명성산으로 들어갔다는 전설과 더불어 산명이 붙여졌다고 전해 내려온다. 겨울철에는 눈꽃과 상고대를 지천으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망봉 산행은 여름철보다는 겨울철 산행이 제격인 산행처이다. 쉬면서 개이빨산과 민둥산에서 마실 정상주 쬐끔을 제외하고는 한북정맥의 지붕인 이곳에서 크게 한 잔 부어서 자축. 다시 등산화를 벗어서 말리면서 양말을 쥐어짜니 역시 무지하게 많은 물들이 샘처럼 나온다. 주변은 운무에 휘몰리어 보이질 않는다. 주변 경관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터이다. 날씨가 좋으면 여러 곳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이제는 봉우리 두 개가 남았는데, 금새 다다를 곳이다. 쉬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등산화 벗고 양말을 쥐어짜면 비가 내린다. 그 쥐어짠 물이 다시 빗방울이 되는 것일까? 비를 맞으며 출발하니 조금 덜한 듯 하더니 5분여께 진행하니 저 앞쪽으로부터 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려퍼진다.

또 다른 국망봉 표지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릴 모양이다. 빗방울이 아니라 아예 물을 들여 붓는 것처럼 세차게 장대비를 내리꽂고 있다. 우의를 다시 끄집어 내어 입고 만반의 준비를 했으나 결과는 매 한가지이다. 그러잖아도 보이질 않던 주변이 더 보이질 않는다. 돌로 세운 국망봉 표지기를 또 보았다. 이곳에서는 1168.1m라 나와 있다.

 

 처음 만난 세갈래길 좌로 내려가는 길,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 직진으로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 우측으로 내려 섰다가 다시 돌아와 능선길을 택했다. 우회로보다는 능선길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나 이 선택이 나를 머나먼 나락의 길로 인도한 선택이 될 줄이야.

 능선을 내려서고 너무 급한 내리막길이다. 이상하다. 1130봉인 용수목 갈림길이 나와야 하는데 이렇게 가파르게 내려가는 것은 아닐 것인데, 주변 능선이 보여야 맞는 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겠건만 주변을 볼 수 있어야지! 꽤나 내려 섰는데도 그 곳이 나타나질 않는다. 비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내려 쏟고 있고 지도도 젖어서 볼 수가 없다.

 분명 길을 잘 못 택한 것이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빗속을 뚫고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산행로는 산행로가 아니라 계곡이 되어 버렸다. 이미 잘못 선택한 길이지만 하산 하는 끝지점이 어디일까? 그렇게 보이던 한북정맥종주 빨간 리본도 보이질 않고, 가끔 오래된 몇 개의 리본들이 보일 뿐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내려온 것일까? 시간을 볼 수가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보이질 않을 때는 시간이 많이 흐른 것으로 착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폭포치듯 물소리가 계곡 아래쪽으로부터 들려온다. 으슴프레 가까운 계곡 너머로 웅장하고 급한 산세의 모습이 어둡고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화악산일까?

 계곡 가까이 다다르니 무주치계곡 730m라는 팻말이 보인다. 여기가 어딜까? 물이 많아진 계곡을 옷입은 그대로 건너고 울타리 철조망을 도둑 넘듯이 넘으니 아스팔트 포장도로이다. 도마치봉, 사창리로 가는 75번 국도이다.

 큰일이다. 끄둔 핸드폰을 켜어봐도 켜지질 않는다. 시간을 알 수가 없고 집에 갈 일이 꿈만 같다. 평일이라 지나가는 차도 보이질 않는다. 터벅터벅 길을 따라 가평쪽으로 한참을 걷다보니 가평 33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도로공사를 위해서 나무판자들을 쌓아 놓은 곳에서 옷을 벗어서 물기 짜내고 대충 정리를 한 후에 보니 하늘이 맑아오고 내려온 길 산자락은 햇빛에 뽀송뽀송 빛나 보인다. 저런 걸 왜그리도 비는 쏟아 부었는지...

 터벅터벅 한참을 걷다가 지나가는 차량이 있으면 손을 들고 태워 달라고 해야하는 데, 몇 대 지나치는 차는 군용차량으로 꽉찬 상태고, 승용차 몇 대도 비어있는 자리가 없는 듯하다. 하긴 물에 젖은 상태로 차를 태워 달래기도 민망할 것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몇몇 건물이 보인다. 버스종점이 조금만 가면 있다는 말에 힘을 얻고 500여미터 더 걸으니 용수리 버스종점이 나타났다.

용수리 버스종점 정류장

가평발 4:40 차가 아직 안들어 왔단다. 5:35분께 버스가 들어온다. 오늘 막차 시간으로 5:55분에 떠난다고 한다. 속도를 천천히 내는 버스가 출발하여 15분 정도 지나니 익근리 명지산 입구가 나타난다. 가평역에 도착하니 6:42이다. 젖은 팬티에 쏠린 곳이 따가워 온다. 다시 사람사는 곳으로 귀환이다.

 

 오늘 산행을 못한  ▲개이빨산(견치봉) ▲민드기봉(민둥산) ▲강씨봉 ▲청계산  산행을 위해서 조만간 또와야 할 것 같다.

♣ 느낀점

  1. 산행지도는 코팅해서 비가와도 볼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2. 시계도 별도로 준비하도록 한다.
  3. 배낭속이 젖지 않도록 큰 비밀속에 내용물을 집어 넣도록 한다.
  4. 쿨맥스 팬티도 마련해야겠다.
  5. 만약을 위해서 산행지 주변 정보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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